일상에서의 표징들(2)
우리 주변의 삶에서는 또 다른 여러 가지 표징들이 드러난다. 앞의 신부님처럼 몸으로 드러나는 표징도 있고, 주변 사건사고로 드러나는 표징도 있고, 뜻하지 않는 행운과 기적같은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복잡한 상념속에서 드러날 수도 있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소한 일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표징 가운데서도, 사람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와 닿는 표징은 ‘몸’이기 쉽다. 몸은 가장 가까이 정신과 일치하는 것이며, 바로 ‘내 것’이라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몸으로 오는 신호는, 즉시 느껴지기도 한다. 사소한 듯한 기침이나 진통 등의 신호를 조용히 느껴보면서, 이 신호는 나에게 무엇을 느끼게 해 주는가를 생각해보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생각해 볼 꺼리’를 제공한다. 흔히 ‘정신신체화 장애’라고 임상심리학적 진단에서는 표현하고 있는데, ‘장애’라는 말을 꼭 부치지는 않더라도, 심신은 서로 깊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몸의 표징을 통하여 마음을, 마음을 통하여 몸을, 서로 느끼게 된다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데 새로운 열쇠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무리 모든 것을 다 갖추어도 어느 누구라도 마음의 빈자리는 있을 것이다. 그 빈자리는 ‘누가’ 채워야 하는 자리일까! ‘무엇’이 채워져야 하는 자리일까! 를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준주성범에서는 이런 글이 있다. “영적으로 살려고 하는 사람일수록 괴롭고 불편한 마음이 많다. 그런 이는 인성의 타락의 결함을 더 잘 깨닫고 더 잘 보기 때문이다.” 즉, 참된 것을 향하는 마음이 많은 사람은, 참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평불만이 더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갈망이 참된 것을 향하게 될 때 처음의 고통에서 기꺼이 벗어나 모든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렇다. 사소한 불평이 바로 우리를 갈망으로 이끄는 표징이 될 수 있다. 하늘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 참된 것에 대한 갈망... 그 자리를 갈망하는 마음이 우리에겐 얼마나 있을까!
전등없이 깜깜한 집에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라. 살살 더듬어 어둠 속에서 스위치 방향으로 더듬어 갈 것이다. 나의 집이 아닌 낯선 곳을 방문하여 어두움 속에서 스위치를 찾는다고 생각하면, 더욱 더 더듬어야 찾을 것이다. 더듬어서 불을 켜야 한다는 갈망이 있기 때문에 드디어 스위치를 찾는 것이다. 스위치를 찾아 탁 켜는 순간, 그 어두움은 깨끗이 물러갈 것이다. 언제 그 어두움이 있었는가 할 정도로 순간 밝아지면서 환해질 것이다. 스위치를 찾아야 한다는 ‘갈망’이, 바로 그 스위치를 찾게 하고, 켜는 순간에 즉시 어둠을 몰아낼 것이다.
빛에 대한 갈망이 없는 사람은, 빛이 와도 그 빛이 얼마나 소중한 줄 모른다.
마음에서 진정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것이 우리 곁에 있어도 소중한 줄 모른다. 우리의 일상 속에는 무수히 소중한 것들이 깔려있다. 무수한 표징들이 널려있다. 우리를 깨달음의 길로 이끄는 표징들은 순간순간 우리 주변에 거의 다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이 진정한 것인지에 대한 갈망이 약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그것들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다.
일상에서 나에게 정말 도움되는 무엇인가가 올 수 있는데, 마음에 갈망이 있었던 사람과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그것을 대하는 마음은 엄청나게 다르다. 그 차이에 따라 가장 소중한 것을 거머쥐는 사람이 있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즉, 더 나은 삶에 대한 씨앗을 가슴에 간직할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표징들에 대하여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그 표징들을 발견해 내는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자신스스로의 내면의 표징을 느껴야 할 것이다. ‘난, 나의 참된 삶을 위해서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 를 물어보는 자세... 그것이 바로 기도요, 그것이 바로 참된 삶의 씨앗이 아닐까! 바쁜 현대인들은 단 5분이라도 눈을 감고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 표징이 씨앗이 되었을 때, 그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게 되었을 때, 그 과실은 풍성하게 맺게 될 것이다.
그 열매와 과실이 바로 내 사랑하는 가족, 주변인들에게 어찌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전문적인 대단한 것들을 잘 몰라도 매일 매주 매달 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성실한 자세로, 일상을 주의깊게 살피면서, 오늘은 또 어떤 것들이 깨달음의 표징으로 다가왔는가를 생각하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기원한다. 일상에서의 표징들은, 우리를 가장 깊이 ‘참 자신’과 만나게 하는 훌륭한 신호가 될 것이다.
모교 교수님 카페에서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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