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이야기

일상에서의 표징들(1)

낙산1길 2015. 3. 19. 06:25

일상에서의 표징들(1)


  일흔 전후로 보이는 어느 신부님이 강론 중에 자신의 삶을 언급하며 시작된 이야기이다.  

  “나는 목 디스크 수술을 세 번 했어요. 난 여기(xx 수도원)는 좀 쉬러 온 손님인데, 나이가 들어가니 몸이 힘들어 휴가차 방문했어요. 사순절-예수님의 수난의 의미를 깨닫는 시기-을 맞이하여 내 자신을 성찰해보니, 매년 머리로만 성찰하고 진정어린 온 마음으로 엎드려서 깨닫지 않았던 것 같아요. 수술하러 들어갈 때 마음과 나은 후의 마음이 틀려지더라구요. 목이 이렇게 자주 아픈 것에 대한 성찰을 좀 더 진정성있게 해야겠어요.” 라는 요지로 말문을 열었다.

   진심으로 성찰해라는 말은 남들에게 많이 했는데, 지나고보면 자신스스로는 진심으로 그렇게 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였다. 자신은 성격상 항상 목이 뻣뻣할 정도로 남의 말을 잘 안듣고, ‘너 아무리 그래도 내 뜻대로 할거다. 내가 생각한 것이 맞다!’ 하는 속마음이 많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목 디스크 때문에 수술을 할 때마다 ‘아... 내가 이렇게 목을 뻣뻣하게 살고 있구나!’ 라고 성찰을 하는데, 좀 낫고 나면 또 여전히 그 성격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데... 정말 맞는데...’ 라는 등의 아집이 먼저 올라오고, 누가 뭐라고 하면 ‘난 정말 잘못한 것이 없어.’라는 완고한 생각이 문제라는 점도 알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어떤 심리적인 장애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고, 그것이 목을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히 보면 주변의 많은 종교 정치 사회지도자들도 뻣뻣한 사람들이 많아서 앞으로 목디스크 조심하셔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하셨다. 또 옆에 계신 수녀님들을 보시면서 잘못하면 ‘참는 병’이 걸려 소통을 제대로 못하고 살 수 있으니, 소통의 ‘챠크라’ 인 갑상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등의 유머스러운 말씀을 하셨다.
  


  신부님은 성서학 교수로서 나름 ‘난 꽤 잘난 사람이야!’ 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하시며, “여러분들은 절대 나처럼 살지 마세요. 나는 진짜 목이 뻣뻣한 독선적인 면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하느님이 이 죄인에게 성찰하도록 그렇게 신호의 병을 주는데도 난 사실 하느님 말도 잘 안 들었어요. 맨날 남에게는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고 그랬어요. 신부하는 것 쫒아내지 않고 먹여 살려주는 것만 해도 난 매일매일 감사하고 사는 길 밖에 없어요.” 라는 말씀으로 마무리하셨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성찰과 비슷한 것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성찰을 거의 하지 않고 사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먹고사는 것만 해도 바쁜데 뭐 그런 것들이 필요한가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좀 유별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생활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가만히 보면, 우리는 무수하게 ‘내 자신의 것’을 드러내어 -노골적이든 은밀하든- 챙기고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수없이 우리는 나의 것을 손해보지 않으려고 하고, 뺏기지 않으려고 하고, 나누려 하지 않는다. 때론 남에게 많이 베푸는 것 조차도, 은밀하게는 결국 엄청 많이 자신을 챙기기 위한 수단이 될 때도 있다. 정말이지, 나의 것을 가지기 위한 끝없는 전쟁을 치르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라고 생각될 정도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소한 혹은 급작스러운 갈등을 통해서 우리는 삶에 대한 성찰이 일어난다. 갈등 후,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 잡히다 보면, 굳이 ‘내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소한 갈등들은 우리에게 깨달음의 엄청난 표징들이다. 갈등속에서 우리는 헤매고 힘들어 하지만, 그것은 깨달음이라는 선물을 가져다 주게 된다. 바로 갈등이 깨달음의 표징인 셈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일어난다. ‘진짜의 삶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야!’ ‘정말 남의 말에 귀를 귀울이고, 내 말에 남이 상처받지 않는지, 내 행동때문에 남들이 피해보지는 않는지,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지를 고려해야겠어.’ ‘생각과 말은 그럴듯하지만, 행동은 살짝 살짝 위선적이고... 그 양심이 바로 우리내면에 계시는 하느님인데.... 양심에 어긋난다는 것은 하느님이 싫어하신다는 뜻인데...’ 등등이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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