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이야기

스스로에게 고백하기(1)

낙산1길 2015. 3. 12. 17:34


스스로에게 고백하기(1)





누구나 다 가끔씩 마음이 복잡하고 산란할 때가 있다. 아니, 평소에 늘 복잡하고 산란한 사람도 있다. 그럴 때 차분하고 건강한 기능을 가진 누군가와 대화를 해 보면 뭔가 모르게 조금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그 사람을 만나고 내 마음이 좀 편해졌는데, 왜 그럴까!’ 라고 생각해 보면, 상대방과 대화를 한다고 했지만, 마치 내 마음의 어떤 측면과 마주하며, 나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고백하는 심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마음에 잘 와 닿는 글귀를 접하여도 조금 안정된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면, 스스로가 느끼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자신이 마치 그 내용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고, 그 글귀를 통하여 나의 내면을 고백하는 느낌이 들었을 수 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든, 내 마음에 드는 글귀를 묵상하든, 결국 그것은 대상을 통하여 비친 내 마음을 고백하며 마주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대상을 만났을 때 내 마음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웬지 불필요한 시간을 보낸 것 같고, 헛된 만남을 한 것 같고, 쓸모없는 소리를 내 뱉은 후 죄책감마저 들 때도 있는 등, 뭔가 마음이 편치 않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만남으로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그런 만남은 하지 말아야지~ ’ 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그리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어쩌다 좋은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사람과의 만남을 하게 되면, 그 자체가 나에게 유익하고 알차고, 때론 치료적인 느낌까지 드는 정도이다. 상담전문가들은 이러한 만남을 주호소문제와 관련시켜 잘 이끌어나가는, 수준높은 경청능력과 수용능력, 그리고 진단 직면 해석 치료능력 등을 갖춘 사람들일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내 마음을 잘 나눌 수 있는 대상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으며, 설사 그런 사람을 만났다 하더라도, 내 자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을 때는 방어적태도로 인하여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주지하다시피, 마음을 나누는 대상과의 만남은 정말 유익하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왜 유익할까!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 본질로 들어가면 ‘내 마음을 고백’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마음을 고백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가슴 떨린다. 아무런 비판 질책 판단 조건 이유 없이 내 자신을 고백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경이롭다. 시골의 조용한 한 성당의 고해실에 들어가서 스스로에 대한 고백을 준비한다고 상상해보라. 준비할 때부터 마음이 떨리고 두근거리기도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가 중요하지 않고, ‘내 마음의 고백을 한다는 것!’ 자체가 떨리고 두렵고 설레는 것이다. 새벽마다 장독대에 물 한사발 올려놓고 삼신할머니를 부르며, 자손들을 위하여 한없이 두 손 비비며 기도 올렸던 우리네 할머니의 두 손을 상상해보라. 그것이 ‘청원’의 기도이든, ‘감사’의 기도이든, 한없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듯 드러내는 간절함은, 하늘이 감응할 만큼의 경이로움이 있지 않겠는가! 너무나 고결하여 오히려 두려울 정도로 가슴 떨리는 것이다.

  작은 우리의 가슴과 큰 하늘과의 만남, 내 마음의 비밀스런 것들을 이 세상에 조심스럽게 알리는 것, 어쩌면 이것은 하늘과 땅과의 만남일지도 모른다. ‘나’라는 소우주와 ‘대상’이라는 대우주와의 만남 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너무나 큰 일이라, 차라리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도 않고, 그저 고개 숙여 엎드린 몸과 뜨거워져 가는 가슴만 있을 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고백한다는 것’은 이처럼 놀라운 것이다.      


   이제는 장독대도 점점 사라져간다(!) 무릎을 꿇어 앉는 것도 건강상 힘들어한다(!) 그때그때 마다 정보로 대처하기만 하면 되는 세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므로 ‘그럴 시간이 없다.’ ‘그럴 장소가 없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현실은 이렇게 변해가고 있다. 변함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외적인 조건 자체보다는, 그것들의 본질을 깊이 느꼈다면, 그 본질을 퇴색시키지 않는 현실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