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이야기

과거에 얽매이지 말기

낙산1길 2013. 8. 22. 09:26

과거에 얽매이지 말기

 

 

 

 

 

우리가 심리치료의 장면에 들어가다 보면, 현재의 주호소문제의 원인진단의 필요에 의하여 과거 살아온 역사에 대한 탐색을 하게 된다.

 결과에 대한 원인을 알게 되면, 핵심적으로 풀어가야 하는 중요한 정서 사고 행동 등을 밝혀내면서, 치료방향을 알아내고, 그 방향에

 의한 치료전략을 통하여 내담자의 수준에 맞게끔 조절 해결해 나가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하는 함정이 있다.

 

즉, 과거탐색은 현재의 문제 원인진단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과거자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물론 감정정화작업을 위하여

 치료전략에 따라서 과거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있다.

그것은 전문가의 도움으로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며,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칫 전문가의 지시를 어기고 스스로의

 생각으로만 계속적으로 과거탐색을 하는 방향으로 들어가게 되면 심리치료는 오히려 더 큰 해악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감옥에 갇혀있는 수인들을 위하여 회개하고 자신의 죄를 돌아보게 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회개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따른 방향이 없다면 그 죄는 다시 저지르기 쉬운 것이다.

종교를 가진 많은 분들이 ‘나는 죄인이요!’ 하면서 회개하고 참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큰 죄도 있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렇게

큰 죄를 짓지는 않을 것이다. 자칫 이러한 참회는 죄책감을 가져다주어, 그 다음 어떻게 나를 일으켜세워야 하는가를 위한 힘을 잃게

만들 정도로 허우적거리게 만들기 쉽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우리는 음으로 양으로 죄를 많이 짓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죄만을 생각하고 성찰하다보면, 나는 죄인이다 라는 것 외는 변화하는 것이 없고, 오히려 자책감만 늘어나기 쉽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나약한 부분이 많다. 그러다보면 죄를 짓는 것도 그 나약한 부분 때문에 일어나는 실수이며 한계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맑은 물’이다.

즉 ‘새로운 물’을 넣는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이 잘 기억할 정도의 ‘새로움’을 내 몸과 마음속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며느리에게 행패를 부리고

욕을 하고 함부로 대하는 시어머니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시어머니가 어느 날 성당에 와서 고해성사를 보고, 다시는 욕을 하지 않겠으며, 며느리에게

폭력도 행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시어머니는 일주일 혹은 한 달이 지나면 십중팔구 다시 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오랜 습이 되어 있기 때문이며, 다른 방법을 교육받지 않았고, 잘 모르기 때문이다. 새로움이 습관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시 고해성사를 보려고 해도, 한두번도 아니고 ... 나중에는 스스로가 밉기까지 하다. 그렇게 많은 반성을 해 놓고는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나 자신에 대한 심한 자책감에 시달린다. 한편으로는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것은 ‘며느리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을텐데....’라는

식으로 상대의 탓을 돌리기 일쑤다. 중요한 것은 회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태도, 새로운 생각, 새로운 행동들을 연습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랜 습을 물리치기 위한 구체적인 훈습과정이며, 실제적인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에 내가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둥,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둥, 어릴때 형성된 것은 결코 바뀌기 쉽지 않는다는 둥.... 이런 식의 마음가짐으로는, 결코 새롭게 태어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변화에 대한 갈망과 의지를 가지고, 구체적인 방법을 통하여,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이 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영적으로 신선해지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인간의 힘만으로는 곤란하다. 좀 더 자신을 확장시켜서.... 좀 더 자신을 크게 생각하여.... 하느님이 주시는

힘이 무엇인지... 내가 이 세상에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면서.... 하늘의 힘을 계속 받아야 한다. 시각을 확장시켜, 인생을 새로운 눈으로 인식해야

하고, 새롭게 바라다보아야 한다.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의 나가 아니라, 내 존재가 얼마나 귀한 하느님의 선물인지를 깊이 느껴야 한다. 과거의

경험이나 대상에 얽메이지를 말아야 하며, 완전히 새로운 지평을 맞이해야 한다.

 

새로운 삶의 열림이 중요하다. 하루하루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

과거는 늘 우리 삶 안에서 다시 떠오르게 돼 있다. 과거가 떠올라오면 떠 올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과거를 현재에 맞게 새롭게 해석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먼저 새로워져야 한다. 과거를 현재와 미래로 연결하는 것이 바로 영의 위대한 능력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판단하는 것이 정신이라면,

마음에서 오는 영은 새롭게 해석하고 새롭게 판단한다. 새로운 영을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은 과거를 자학하지 않는다.

 

죄의식에 떨어지지도 않는다. 과거를 새롭게 해석하고 현재를 살찌우고 미래를 열어나가기 때문이다. 과거에 잘못했던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은 서로 대화하며, 반성하며 넘어가면 된다. 일주일 혹은 한 달 동안 계속 끌고 가거나 매달릴 필요가 없다. 나약하였던 나로서 그렇게 된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머무르면서 대화할 수는 있지만, 자책할 필요는 없다. 우리스스로를 녹초(!)가 되게 만들 필요가 없다. 늘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야한다.

하루하루 변화하는 새로운 영적 에너지를 발견하고 체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_모교 교수님의 발췌한 글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