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본당에서는
경작지 축복 행렬이
매년 열렸는데,
본당 신부님이 앞장을 서고
농사짓는 교우들이
뒤따르며 성가를 부르고
기도를 바치기도 하는
그 마을의 전통 행사였다.
그 해에도 본당 신부님은
각 교유들의 밭과 과수언에
성수를 뿌리고 축복하였다.
그런데 신부님 앞에서
성수 그릇을 들고
가던 성당지기 도밍고씨가
어떤 밭 앞에 가더니
도무지 그 자리를
떠나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눈치가 대단히 빠른
본당 신부님이 물었다.
"이 밭이 도밍고 씨 것인 모양이군요.
그렇지요?"
"예, 신부님.그렇심더! 그러이 마,
신부님예 이성수를 애끼지 마시고
좀 왕창 뿌려주시고
또 축복도 좀 많이 내려 주이소!"
이 말을 들은 본당 신부님이
그 척박한 밭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곤
이렇게 대꾸하는 것이었다.
"도밍고 씨, 이 밭을 한번 잘 보세요.
이 땅은 지금 성수보다는 똥거름이 더 절실히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