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그리고 용서(1)
살아가면서 우리가 남을 미워하고 탓하고 원망하면서 살아가는 일도 많지만, 자기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며 괴로워하는 일도 많다. 과거에 행하였던 언행의 잘못에 대하여 용서하지 못할 정도의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누구라도 지나온 세월에 대해서 완벽하게 떳떳한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여 죄책감을 가지게 되면 작은 것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워지고 자신감이 부족해지는 등 현실생활에 어려움을 야기시키기는 원인도 된다. 그렇다고 마땅히 가져야 할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일상을 더 잘 살아간다고도 볼 수 없지 않겠는가! 겉으로는 죄책감없이 용감하게(!) 살아가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것이 과연 타인의 눈에도 그렇게 비춰질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하며, 스스로의 보다 더 깊은 속 마음에서 진정 떳떳한가를 느껴보아야 할 것이다.
철없던 시절, 미성숙했던 시기, 어린아이와 같은 정신상태 등, 우리는 어른이지만 마음이 크지 않았던 시기에 저질렀던(!) 미성숙한 ‘생각과 말과 행위’를 많이 해 왔고, 지금도 그럴 수 있다. 서로에게 각자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아픔과 상처를 많이 주고 받았을 수 있으며, 현재에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과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현실로 바쁘다 보니 이런 것을 깊이 느낄 여유가 없다보니 그냥 일상처럼 지내지만, 어떤 상황에서 문득 과거의 미숙한 언행에 대한 반성이 일어날 때가 있다.
특히 마음이 점점 넓어져가는 중년 이후의 시기에는, ‘내가 왜 그렇게 살았는가!’ 하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릴 때가 있다. 보통의 건강한 사람들은 누구나 다, 지나간 세월 속에서 일어났던 잘못을 어느 정도 후회하고 반성하며 살아가지 않겠는가!
비록 바르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사람일지라도, 대다수는 약간의 인간적 한계 혹은 정서적 문제점을 지니고 살아간다. 개인의 욕구와 욕망을 통하여 생존과 자기실현을 이루어내며 살아가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삶이라는 명제를 가진 한은, 우리는 어느정도의 인간적 한계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타인의 욕구를 무시하고 타인을 이용하고(!), 타인과 경쟁하며 짓누르고 시기하며 모함하고 지배하는 현실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 이익을 취득하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는 땅에 떨어지고 현실적 능력에서 낙오되고 패배자같은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느낌 때문에 우리 모두는 두렵다.
이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내재되어 있다. 어느정도 스스로가 원하는 바대로 이룬 사람들은, 그러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한발 떨어져서 다소 너그러워 질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여전히 걱정되고 염려된다. 자식과 자신스스로가 동일시된다면, 다음 세대에까지 그런 마음들은 그대로 이어진다.
이러다 보니, 우리는 스스로에게 불이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외부대상들을 내 뜻에 맞추기 위한 은밀한(!) 싸움을 늘 벌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에 대해서 다소간의 여유를 가질 때쯤 되면, 그렇게 이기적이었던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이 생기게 되고, 조금 심하면 용서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괴로워질 때가 있다.
그나마, 이렇게 스스로에 대해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양심적이고 착한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누구나 다 그런거지 뭐! 그렇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어?’ 라면서 스스로와 현실에 대해서 합리화하고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만 생각하는 경우도 제법 있을 것이다. 마땅히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죄책감의 부재는 오히려 내면의 성숙에 방해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다. 지나친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스스로에 대한 겸손된 죄책감 없이 ‘당연하듯’ 살아가는 것도 인격성장에 방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죄책감 그 자체는 스스로에게 괴로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이 성장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자기성찰에 깊은 자료를 제공하고, 타인들이 당하는 아픔과 상처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죄책감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내 위주로 생각하였던 것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대상이 나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감정을 느껴보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죄책감은 긍정적인 자기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죄책감을 잘 숙고하여 깊이 머물러 깨달으면서 앞으로의 행동을 어떻게 취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오히려 내면을 성장시키는 계기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모교 교수님 카페에서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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