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이야기

상대방의 반응이 나의 마음에 걸릴때(2)

낙산1길 2013. 11. 25. 16:02


 

 

상대방의 반응이 나의 마음에 걸릴때(2)

 

-앞의 내용에서 연결됩니다.-

  셋째, 걸리는 마음을 가진 채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는 태도는 금물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어떤 반응에 대하여 내 마음이 걸릴 때, 즉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내가 이렇게 걸리지 않게 당신이 변화해 주기를 바란다.”는 마음이다. 이럴 경우 상대방 역시 “당신이 좀 걸려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내가 이러이러한 반응을 하더라도!”라고 생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결국 상대방에게 ‘바라는 마음’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이렇게 말할 때 사람들은 “상대방의 행위가 분명히 뭔가 잘못되었으므로 변화해야 한다.”라고 굳게 표현하기도 한다. 자신의 걸리는 마음은 정당한 것이고, 상대방의 행위는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믿고 있기가 쉽다. 물론 객관적인 사실에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상대방의 행위가 ‘옳고 그르고’, ‘내가 느끼는 것이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이 걸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변화가 꼭 필요하다는 객관적인 사실이 있다 할지라도, 걸리는 내 마음으로는 상대방에게 변화를 줄 만한 포용력이나 통찰력의 한계가 있으므로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의 변화는 자신스스로의 깊은 통찰이나, 누군가의 이해와 수용, 사랑과 존중 등과 같은 ‘신뢰로움’이 들어가지 않을 때는 비교적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걸리는 내 마음부터 조절하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실을 개념으로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적어도 상대방 때문에 걸리는 내 마음이 조절 될 수도 있다.  
  

  넷째, 걸리는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적개심없이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나-전달법(상대방의 행위와 나의 감정을 전달하는 의사소통의 기본방식) 이라는 표현방식이 있다. 촛대(외부대상) 와 촛불(나의 마음상태) 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너-전달법(네가 이러이러 했잖아!. 너는 왜 그래! 등의 표현방식) 보다는 훨씬 낫겠지만,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상대방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분노의 감정, 즉 적개심이 섞여있는 감정표현은 그것이 아무리 정당한 나-전달법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은 공격당하는 느낌밖에 없다. 분노나 적개심의 밑마음이 분명히 있으므로, 그 밑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즉, “화가 난다. 분하다. 미치겠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등의 분노의 감정표현은 나-전달법의 형식만 빌릴 뿐, 너-전달법으로 공격하는 태도와 동일한 것으로 본다. 그 분노의 밑마음을 잘 포착해야 한다는 뜻이다.
  답답해서 화가 나고, 상처받아서 없어졌으면 좋겠고, 억울해서 분하고, 밟히는 듯 눌려지는 것 같아 화가나 미치겠고 등등이 있지 않는가. 그러므로 감정표현을 할 때는 꼭 그 밑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답답하다. 외롭다. 상처가 되었다. 뭔가 모르게 억울했다. 눌려지는 기분이 든다. 등등.

  이 때 상대방은 이 마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바로 사과하거나 생각해 볼 여지를 가지겠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엉뚱하다. 말이 안된다.’ 등 전혀 그런 것에 대하여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다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나의 감정을 수용하든 하지 않든, 제대로 나의 본마음을 표현한 것만으로도 내 마음의 걸림이 약화될 수 있다.
  

  다섯째,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어떤 반응에도 불구하고 상관없이, 내 마음을 가만히 스스로에게 표현하는 것이다.
  
   걸리는 내 마음은 ‘나 자신의 것’이니, 나 스스로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다. 조용히 손을 가슴에 얹으면서, “A의 이러이러한 반응들로 인하여, 나에게 이러이러한 마음이 들게 되었구나.”라고 스스로와 대화하는 것이다. 천천히 가만히... ... 내 가슴에 손을 대며 나의 마음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나의 마음의 원인을 던지는 것, 즉 ‘나의 마음을 일으키게 한 것은 당신이다.’ 라는 식으로 상대방에게 나의 상태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실은 정말 중요한 ‘바라보기’의 핵심 작업이다. 또한 나의 마음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쳐주고 챙김을 주고 사랑해주는 작업의 일환이다.
   “당신이 이러이러했을 때 제 마음이 저러저러 하더라구요.”라고 마치 스스로에게 속삭이듯 상대방에게 전달해 보라. 상대방 역시 자기스스로에게 속삭이듯 “아.... 저러저러했구나. 나 자신도 미처 생각해보지도 않은 것인데.... 나도 한번 고려해보아야겠구나.” 라는 마음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의 변화는  이때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나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변화를 기대하고 한 말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챙기는 마음으로 했을 뿐인데, 상대방 에너지의 여파로, 오히려 자신스스로를 생각해보며 대상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누구의 변화여부를 떠나서, 아무런 외부의 변화가 없어도, 내 마음의 걸림이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한번 언급하자면, 내 마음의 걸림은 ‘내 몫’이다. 그것을 풀어야 하는 것도 ‘내 몫’이다. 어쩌면 내 몫은 나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아끼고 챙기고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우리는 상대방을 깊이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성숙한 인격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