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엿장수 가위가 생각 나십니까? 크다란 가위가 소리는 얼마나 크던지 동네 강아지들 짓어대고 골목에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 달라 왔지요! 철꺽철꺽 아주 신나게~~ 흔드는 가위질 소리~~ 요즘은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엿이지만 그땐 땅콩엿, 깨엿,먹음직스럽게 가판대에 진열되어 있어 학교하교길에 군침을 돌게 하였답니다. 전 엿장수 아저씨에게 아주 큰 고객이었지요! 매일 일본어로 된 책을 10권씩 주고 사먹는 단골이었니.. 그런 행운은 다름 아닌 저희 큰 오빠덕분이었지요! 일본에서 유학을 하시고 결혼하여 타지에서 생활하시다보니 오빠방에는 일본어된 책들이 즐비하게 많이 있었거든요!! 알지도 못하는 일본어, 저 책은 무슨책이예요? 울 아버지 일본놈들 몸서리 치시며 빨리 없애 버리라는 특명으로 난 즐겁게 매일 엿장수의 특별한 고객! 하지만 가끔 단호하게, 그 가위소리 저쪽으로 갔어 하시라고 할 때도 엿장수 아저씨는 흔쾌히 들어 주셨지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까지 했는지 의아심이 생겨요! 가끔 울 어머니에게 절 늦게 낳으셨어 제가 부실하다고 하기도 했지만.. 선잠을 자고 나며 투정이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엿장수 아저씨 제가 잠이 올땐 여지없이 추방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툇마루에 놀던 조카들, 울 고모자니까 다른데 갔어 놀자고 자리를 옮기는가 하면 울 어머니 마당에 파리도 못 잡았으니까요! 막내 때문에 파리도 못 잡겠다고 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으니.. 우리 어머니 말씀 마당에 파리도 방안에 들어온다고 매일 토닥토닥 하셨거든요! 그런데 멀리서 오신 오라버니 아니 이 좋은 책을 버렸다고, 아니 엿을 바꾸어 먹었다고 안타까워만 하셨지요! 일본유학길에서도 부모님보다 절 더 보고 싶어하셨다네요! 동갑짜리 조카가 바로 제친구이니 어찌 감히 나무랄수 있었겠어요! 방학때는 오빠집에 갔어 조카랑 정원에 있는 열매는 모조리 따 버렸는데도 올케는 화가 났어 어쩔 줄 몰랐지만 오빠는 조용히 알아듣게 타일렀으니 얼마나 사랑이 지극하시든지, 이제 생각하면 참 많이 사랑을 주셨다는 것을.. 다 갚아 드리지도 못하고 마음 한 켠이 짠하게 아려 옵니다. 설 명절이 가까워 오면 생각 납니다. 정겹던 그 시절 가위소리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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