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이야기

“말을 아껴야 할 때도 있지만, 꼭 말을 해야 할 때도 있다.”(1)

낙산1길 2014. 11. 20. 18:21

“말을 아껴야 할 때도 있지만, 꼭 말을 해야 할 때도 있다.”(1)



  대답할 줄 몰라서 침묵을 지키는 자가 있는가 하면
  말할 때를 알고 있어서 침묵을 지키는 이도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때를 기다리며 침묵하지만
  허풍쟁이와 바보는 말을 할 때, 때를 놓친다. (집 20. 6.-7)

  어리석은 자의 말은 여행 중의 짐과 같고
  지각있는 이의 말은 기쁨이 된다. (집 21. 16)

  
  위의 말은 지혜의 보물창고寶庫 같은 역할을 하는 성경의 ‘집회서’에 있는 말이다. 말을 할 때와 하지 않아야 할 때를 잘 나타내어 주는 내용이다. “사람은 입이 무거워야 한다!” “말이 많은 사람은 쓸 말이 적다.” “침묵은 금이다.” 등의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이 말은 금언金言이지만, 다른 경우에는 답답한 표현이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서 비례적으로 드러나야 할 때, 그것이 금도 되고 돌도 되는 것이기에, 맥락에 맞지 않을 경우에는 다르게 적용되기도 할 것이다.  


  참으로 어떤 경우에는 깊은 침묵이 필요하다. 조용히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의 마음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내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등등, 나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언어는 때론 우리 스스로를 속인다. 우리 내면을 방어한다. 우리를 포장한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나의 언어에 의해서 미혹당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포장은 벗겨지게 되어 있다.

침묵하게 되면, 우리의 내면은 많은 소용돌이를 겪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수한 생각들이 올라왔다 가고, 또 올라왔다 가고, 끝없이 흘러 흘러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어떠한 생각이나 감정 속에 걸리면, 그 속에 마구 함몰되어가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참으로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잡념 속에 살고 있는가를... 한평생 우리가 얼마나 망상과의 끝없는 줄달리기를 하면서 살고 있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침묵이 ‘알아차림’으로 끝나지 않고, ‘참된 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한 시간으로 끝나지 않고, ‘건강한 자아기능’의 회복으로 끝나지 않고.... 맨홀 속에 들어가는 것 마냥 되어버리면 곤란해 진다. 가끔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침묵의 상태에서 생각이 생각을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나중에는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어떤 구덩이 속에 들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힘들어질 수도 있다. 만약 이런 경우로 침묵이 활용되어지면, 즉, 그 구덩이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괴로워하는 것으로 침묵을 즐기게(!) 되면, 우리는 많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심리진단 후, 약물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문제점을 지닐 수도 있다.


  침묵은 그 질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혜로운 사람은 때를 기다리며 침묵하지만...’ 이라는 내용에서 나와 있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침묵을 할 때와 하지 않아야 할 때를 잘 안다는 것이다. ‘허풍쟁이와 바보는 말을 할 때, 때를 놓친다.’ 우리가 말을 해야 할 때와 하지 않아야 할 때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인간관계론적 입장에서 보면, ‘감수성’이 건강하게 발달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자신의 감정을 포착하고 스스로의 내면상태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의 감정을 잘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때와 시기’를 맞춘다는 것이다. 지금 이런 말들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방해를 주고 있는지 아닌지, 혹은 지금 해야 할 말을 놓쳐서 큰 화를 불러 일으키지 않는지 등등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건강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다. 물론 이 감수성은 그 사람의 지각있는 사고와 참된 내면이 바탕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다음회기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