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이야기

마음이 산란하다(1)

낙산1길 2014. 7. 14. 15:48


 

마음이 산란하다 (1)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다 마음이 산란할 때가 있다. 자잘한 생활사로 인한 것도 있고, 심각한 어떤 일들 때문인 것도 있다. 남들에게는 ‘뭐..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정도의 사소한 일일지라도, 막상 당사자의 입장으로 되면 잠 못 이룰 정도로 마음이 힘드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현실적 도움여부와 관계없이 지금-여기의 상황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도 있다.

  특히 사랑을 주고받아야 하는 관계에서 발생되는 어려움이라든지, 경제적 정신적 타격을 입을만한 일들이라든지, 스스로의 핵심역동에 걸려드는 중요한 일들, 기타 개별적인 특수한 상황 등에서는, 누구라도 산란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한발 떨어진 입장에서는 ‘다른 것도 좋은 일이 많고, 걱정할 것도 없는데, 그 정도가지고 그렇게까지 마음을 볶느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상황의 회오리 속으로 들어갈 때는 어쩔 수 없는 마음도 누구다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마음이 산란할 때, 특정한 부분에만 집중되어 있을 때는 그 ‘부분’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남들에게는 가르치듯 ‘너무 그 하나에만 집중하지 마라!’ 라고 말해줄 수 있다. 그런데, 그 일이 내 자신의 것일 때는 넓게 시선을 보아야 한다는 것 자체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부분’이 ‘전체’로 지각되어 버린다. 이런 상황에 대하여 우리는 억지로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이성적인 제어가 일부분으로는 도움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는 것들도 많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시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거나, 평소 때 ‘마음에 집중하는 훈련’이 되어 있다면, 우선 ‘부분’에 대한 감정을 조용히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라. ‘외부의 탓’을 일체 중지하고, 가만히 ‘오직 내 감정상태가 어떠한가!’ 만 느껴보라. 잡다한 이야기나 외부 매체를 중지하고, 그냥 가만히 머물러 보라. 마음이 힘들면 힘들수록 우리는 위로가 필요하다. 조용히 자기의 마음에 안부를 물어보듯, 스스로의 ‘감정’을 위로해주고 안아주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자기스스로의 감정, 즉 존재자체를 위로하고 수용해주는 개념을 모르기가 쉽다. 때로는 우리의 감정은 우리 존재 그 자체이다! 내가 느끼는 어떤 것들이 옳든 그르든 맞든 틀리든, 그런 평가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고귀한 존재 그 자체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인간의 존재는 ‘사람의 머리’로 한정지을 수 없는 그 어떤 ‘절대적 고귀함’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감정을 위로하고 수용하는 사소한 일들이, 바로 우리의 존재를 위로하는 중요한 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감정이 행동적으로 표출되었을 때는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지만, 행동적으로 표출되지 않는 감정상태는 평가받지 않고 충분히 이해받고 위로받아야 된다는 뜻이다. 거창하게 ‘존재’를 논하는 것 같지만, 일상에서는 자잘하게 느끼는 우리의 ‘정서’가, 바로 ‘존재’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이와 같은 상황일 때, 거의 대부분의 경우 ‘부분적인 어려움’을 잊으려고, 외부와 접촉해 버린다. 정말이지 이것은 거의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방어하고, 회피하고, 남 탓을 해 버리는 등, 가능한 한 ‘머무르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잠깐의 여유라도 나면 다시 그 ‘부분’의 고통의 올라오기 마련이다.

  바로 그 때 우리는 일(!)을 저지르기 쉽다. 벌컥 남에게 화를 내어버린다든지, 과소비나 과식을 한다든지, 몸이 아프거나 체한다든지, 운전 중이라면 거칠게 혹은 순간적인 사고가 난다든지 등이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봉사를 하거나, 청소를 더 열심히 하는 방법을 쓰는 사람도 있다. 그 방향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감정을 피한다는 측면에서는 마찬가지일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라. 어떤 외부의 사고(!)가 날 때는, 자신 안에서 이미 마음의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를 당하면 우리는 그것을 처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사고를 당했을 때, 그 마음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고를 당한 ‘감정상태’를, 잘 수습하거나 갈무리하지 않은 채로 덮어버리고 감정자체를 간과한다. 감정상태를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투사체로 외부의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외부의 사고가 발생될 때 이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를 고민하다보면, ‘아... 그랬었구나.’ 라고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누구나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뭐...’ 혹은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오늘 운이 좋지 않았어!’ 하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외부사고에 대한 수습을 하는데만 에너지를 쓴다. 외부사고에 대한 수습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외부사고가 일어나게 된 배경인 내부사고를 잘 느끼고 깨닫게 되면,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비할 수 있는 좋은 깨달음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