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일어나는 의심과 주저함(1)
일부러 부정적인 마음을 일으키고 싶어서 일어나게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반복적 습관으로 인하여, 잠깐이라도 여유시간만 되면(!)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들이 물밀듯이 일어난다. 그중에서도 어떤 의도를 가지지도 않았는데 일어나는 불편한 감정들, 예컨대 불안 두려움 의심 주저함 자책감 자괴감 절망감 분노 흥분 도취감 등의 감정들이 무심코 나올 수 있다.
마치 음료수자판기의 캔이 재빨리 미끄러지며 나오듯 약간의 자극만 받아도 튀어나오는 경우이다. 전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우리내면의 각종 감정들의 소용돌이는 놀라울 정도이다. 우리가 원치 않았던 감정의 늪은 마치 어둠과 같은 것이다. 우리 삶 구석구석에 깃든 어둠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로 만연되어 있다고 본다. 내면의 어둠이 외부의 삶으로 투사되어 보이든, 내부의 것들이 그대로 느껴지든, 그들이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생각해 볼만한 묵상거리이다.
찰떡같이 믿었다고 생각하는 어떤 고정관념이나 대상도, 사실 한두가지의 어려운 압력요인을 만나면, 혹은 또 다른 새로운 개념이나 사람을 만나면, 그 오랜 시간의 믿음은 의아할 정도로 순식간에 무너지고, 두터운 불신의 벽이 고개를 내미는 경우가 있다. 그 불신은 내면에 깃든 깊은 어두움이 표면화 되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자신이 굳게 믿어왔던 대상이나 개념이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오히려 득이 되기도 할 것이다. 진실되지 못한 어떤 것들을 과대 망상적으로 굳게 믿었는데, 안목이 밝은 사람의 개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을 경우에는 오히려 불신의 벽을 무너뜨리는 좋은 계기가 된다는 뜻이다. 빛을 만난 셈이다. 그런 경우는 ‘정화’의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므로 오히려 필연적인 좋은 만남인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실로 진실한 믿음이었으나 한 두가지의 새로운 자극이 상처가 되었을 때 그 믿음이 무너질 때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큰 손실이 될 수도 있다. 누구라도 믿을 수 있는 어떤 대상 앞에서, 본인에게 가해진 몇몇의 어려움과 저항으로 인하여, 그간의 믿음을 깡그리 무너지게 만들고, 상대방과 등지는 경우를 말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나, 그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 않겠는가!
성경에는 스승 ‘예수’를 배신한 제자 베드로의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스승을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행동적으로 따랐던 제자 베드로가, 자신에게 어려움이 닥치자 세 번이나 ‘나는 그런 사람을 모른다.’고 표현하는 인간적인 심리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정녕 나를 사랑하느냐?!’ 라고 세 번이나 물으면서 그 사랑을 확인한 스승의 마음 역시,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인간 구석구석의 심리를 잘 꿰뚫고 있기 때문에 나온 물음이 아니겠는가! “진정 믿는가! 진정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은 우리 내면의 보편적인 의심과 주저함을 잘 이해한 후에 던져진 물음일 것이다.
우리의 경험을 한번 생각해보라. 우리는 수없이 사회적 기준으로 평가당하고, 비교당하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하고, 무엇을 먹고 살아야하는지 우려하고 걱정하고, 그건 그렇게... 이건 이렇게... 통제당하고 조심해야하고, 무시당하고, 대비해야 하고, 상처받지 말아야하고 ... 등등, 온통 우리의 머리 속에서는 이러한 불신과 두려운 감정들이 뒤범벅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아마 뇌 속에 저장되어 있는 감정들을 물질적으로 펼쳐 보일 수 있다면, 정말 시골 장날같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것이다.
물론 긍정적으로 보면 소박하고 너무나 인간적인 감정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꿈꾼다. ‘아... 평화로운 곳에 쉬고싶어!.’ 푸른 정원에 있는 하얀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공기를 마시고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보며 주변의 경관과 내 몸이 일치되는 그런 경험을 꿈꾼다. 우리의 내면이 너무나 복잡하고 시끄럽기 때문에, 우리의 몸은 자연스럽게 조용하고 신선한 곳을 찾고 싶지 않을까. 만약 늘 조용한 곳에 산다면, 한번씩 복잡다단한 시골장터가 그립고 정겹게 느껴지는 것 처럼...
우리내면의 경험 저장창고 속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심된 경험, 확신있게 믿는 마음. 주저함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어도 안정된 경험’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믿는 것이 무엇이며,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도 괜찮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쉽다. 옆에서 아무리 ‘뭘... 그런 것 가지고 믿음이 무너지느냐!’ ‘그냥 말하면 되지, 그 정도 가지고 주저하고 멈칫하느냐!’ 라고 이야기하여도, 그 당사자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손으로 글을 쓰라고 하는 이치가 아니겠는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그런 행동을 시도해 보라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 그 반대의 사람에게는 의아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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