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죄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
이탈리아의 오스나라는 곳에
한 총독이
어느날 죄수들을
실은 배를
순시하게 되었다.
총독은 일일이 죄수들에게
무슨 죄를 지어
벌을 받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한 사나이가
말했다.
"저는 사실 억울하기
짝이 없게도
누명을 쓰고
이곳에 끌려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가? 거 참 안됐군."
총독은 다른 죄수에게 물었다.
그 죄수는 대답했다.
"불운하게 죄짓는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저의 죄였습니다.
주범들이 다 달아나고 저는
그 현장을 구경하다가
그만 범인으로 몰리고 만 것입니다."
물어보는 죄인들이
모두 이렇게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하자
총독은 탄식하였다.
그때 한 쪽 구석에서
흐느끼는 죄수 하나를 발견한
총독은 그 죄수에게로 가서
우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다른 동료들은
다 죄가 없어 이곳으로 왔습니다만,
저는 큰 죄를 짓고 왔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지난 해에 천재지변을 당해
양식을 장만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굶는 아이들을 보다
못해 남의
양식을 훔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음, 그런가?"
"총독 각하,
저는 차라리 괜찮습니다.
병든 아내와 어린자식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습니다.
죄수의 말을 다 들은 총독은
손에 있던 채찍을 들어
죄수를 내리쳤다.
"이 나쁜 놈!
이 배안에서
너만이 죄를 지은 놈이구나!"
다른 죄수들이 외쳤다.
그렇습니다.
그놈은 실컷 맞아도 쌉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총독은
다정하게 그 죄수의
몸을 감싸안고
부드럽게 말하였다.
"자, 너는 이 배에서 나가거라.
너는 석방이다.
너 같이 죄 많은 사람을
이처럼 죄 없는
사람들 속에
둘 수는 없는 것이니까!"
<김정빈, 숭어,동쪽나라 중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