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이야기

울 엄마는 요!!

낙산1길 2012. 11. 28. 12:18

우리 엄마는 아주 마음이 따뜻하고 감성이 풍부했다. 먼 친척이라도 오시면
마늘이랑 쌀이랑 하다못해 파 라도 가져가라고 내어 놓으시는가 하면 된장도
간장도 마다 하지 않고 나누는 삶 자체였다.

언제나 조그만한 음식을 드실때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 보살하시며 드셨다.
왜 그렇게 하는데~ 하면 그렇게 좋다니까 해야지, 하시던 울 엄마지만 종교문제
에서는 가족회의에 의하여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허락하셨다.

우리엄마는 저를 마흔 두살에 낳으시고 저 마흔 두살에 돌아가셨다.
큰 오빠는 나와 동갑짜리 조카가 있다. 방학이 되면 조카와 산수경시를 오빠들이
시켰다. 언제나 조카가 앞섰다.그래서인지 조카는 물리학을 전공했다.

울 엄마는 저를 너무나 잘 알고 계셨다.누구나 엄마는 그렇지만,오늘은 팥죽이 먹고
싶다 생각하고 하교하면 팥죽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오늘은 떡이 먹고싶다 그것도 팥이 들은 찰떡 생각하면서 대문에 들어서면 엄마는
네가 좋아하는 떡해 놓았다 하면서 내 놓으셨다.엄마 내가 먹고 싶은 걸 어떻게 알았지..
빙그레 웃으시며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시며 좋아하셨다.
다 큰 딸래미 놀러 갔다오면 입맛없다고 녹두죽을 까지 쑤어 놓고 기다리시기도 하고
언제나 엄마 무릎을 베게 삼아 엄마를 귀찮게 했다.

 

 

 

가끔 울 엄마는 눈물울 보이실 때가 있었다.
일찍 외할머니 여의시고 혼자 계시는 외할아버지 자주 찾아 뵙지 못한 죄송함에~
엄마는 왜 아버지하고 싸우지 않느냐고 하면 난 여태 너 소리도 안 듣고 살았다시며
너희들만 안 울리면 싸우지 않았다며. 그 많은 살림에 치닥거리하다 보면 부엌을 들여다
보며 보채고 있는 저희들을 뚝 떼어 데리고 나가셨다 오셨어는 이집에 밥은 다 먹었냐며
들어 오시곤 했다고, 난 밥 안 줘도 좋으니 울리지 말라고 하셨다고 한다.

초등학교 소풍때는 해마다 분홍치마 저고리를 밤에 언제 하셨는지 입고 가라고 내어 놓으셨다.
난 싫다고 ~하면 얼마나 이쁜데 하시며 그것도 삼년이나~~
옛날에는 바람도 그렇게 많이 부는지 눈에 가시가 들어갈때가 너무 많았다. 그럴때면 덕달같이
달려와 내 눈을 그 부드러운 혀 훔쳐 주셨다. 이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시며 부작용이 백프로 없
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 한테 해 보았지만 두번 밖에 못했는데...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이 다 이쁘게 봐 주셨다.
재봉시간에 잠옷을 만드는데 준비물을 가져가지 않아 친구집 포목집에서
외상으로 가져다 했다. 그런데도 꾸중은 커녕 그럴 줄 어떻게 알았는지 대견해 하시며
어버지와 도란 도란 이야기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한번은 친구집 감홍시 밭에 홍시가 떨어져 있었다. 울 엄마 좋아하시는데 가져다 드려야지
하며 오는 동안 이손저손으로 옮겨오다 터져 손가락사이로 줄줄 흘렀다.
그래도 울 엄마는 먹지 왜 가져왔어 하시며 역시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기도 하시고 드셨다.
오늘따라 울 엄마가 더욱 보고싶은 것은 왜 일까??아침에 출근했어 하늘호수님의 방에서 댓글을
보고 펑펑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