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고향
친구야,오늘은 실컷 자두렴
낙산1길
2013. 5. 10. 07:02
피곤한 집시는 잠을 자면서
회복되고 있다.
하루 종일 걸어서 아픈 다리는
밤의 생명력인 달빛이
낫게 해줄 것이다.
야생 밀림의 위대한 수호자인
사자는 소리없이 다가와
소녀에게 자연이
가진 영험의
은총을 내려주는 듯하다.
소녀 옆으로 만돌린이 놓여 있는 것이 보인다.
몸체의 모양이 자궁처럼
생긴 만돌린은 생명을 잉태하고
생산하는 창조력을 지닌
악기로 여겨졌고
덕분에 오래도록 예술가를
상징하는 소재로 쓰였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소녀의 만돌린은
청조적인 울림으로 충만해질 것이다.
악기 옆으로 호리병도 보인다.
호리병은 지혜의 샘을
담아두는 곳이다.
지금은 다 마셔버려 비어 있지만
밤새도록 촉촉한 이슬이 내려
그 안에 싱그러운 물을
가득 채워줄 것이다.
내일 아침이 되면 소녀는 마르지 않는
지혜의 호리병을 옆에 끼고
다시 인생이라는
여로를 씩씩하게 걸어갈 것이다.
오르락 내리락 자그마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사는 인생도 있지만,
무지하게 진폭이
큰 단 하나의 포물선을 그리며
사는 인생도 있다.
한참을 내려간 사람은
어느 순간 바닥을
치고 나서 다시 한참을 올라갈 것이다.
어쩌면 그런 사람에게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친구야. 오늘은 실컷 자두렴,
내일 아침에는 밤새 일어난 신비로운
기적들을 기쁘게 맞았으면 좋겠구나~~
-그림에, 마음을 놓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