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나무 한 그루 심다.
정확히 가사는 떠오르지 않지만
나무는 아무리 님이 그리워도 님에게 갈 수 없어
혼자 꽃을 피우고 혼자 운다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외로운 사람은 외로움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얼마전 누군가를 너무 사랑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그의 사랑을
거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상처 입은 영혼, 사랑을 하고 싶지만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사람에겐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나 겨울이다.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은 사랑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어렵다 . 그 사랑은 뜨거울때는 그 어떤 사랑보다 뜨겁다가도 식을
때는 또 뜨거울 때 못지않게 급속도로 차가워진다.
그러니 식어버린 사랑 앞에서 사람들은 하염없이 몸을 치떠는 것이다.
나는 후배에게 나무를 말했다. 지금 눈을 들어 창 밖의 나무를 보라고,
창밖에 나무가 보이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라고, 가서 차라리 나무를
붙잡고 울어버리라고, 나무는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뜨거운 태양이 내리
쪼여도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서 잎을 피우고 가지를 벌린다.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리고 비가오면 비를 맞는다.
네 마음에도 그런 나무 한 그루 심으라고,
영혼을 뒤흔드는 사랑, 그 사랑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수난
그것은 인생이 입을 수 있는 수난의 한 종류다.
정확히 가사는 떠오르지 않지만
나무는 아무리 님이 그리워도 님에게 갈 수 없어
혼자 꽃 피우고 혼자 운다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다. 상처 입으면서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상처입어가면서 살아야 하는것을
나무처럼 상처 입으면 처음에는 아플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살아가는 동안 일어나는 상처를 거부할 수는 없다.
시간이 가면 상처는 아물 것이다. 때로는 지을 수 없는 흔적을 남긴채
그것이 자연이다. 상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사랑의 실패는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무수한 일들 중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산다는 것이다.
나무곁에 가면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이 행복해진다.
시인 백석은 눈 오는 남신의주 유동 마을에서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를 생각하면서 외로움을 달랬다.
님이 그리워도 님에게 갈 수 없는 외로운 나무는 그렇게 살아
있어서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 한다.
나무는 너무나 외롭기 때문에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하니 내 외로움은 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외로움을 잘 견뎌내는 사람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외로움을 받아들이자, 외로우면 외로워 해 버리자.
나무가 더위와 추위 바람과 비를 고스란이 그냥 맞아버리듯이
내게 다가온 그 어떤 종류의 수난도 일단은 받아들이고 나면 그때부터
마음속에 그 굳고 정한 갈매나무 한 그루가 자라날 것이다.
(자주 들리는 선생님 방에서 옮겨 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