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마치 여행자의 집같다.(2)
마음은, 마치 여행자의 집같다.(2)
(앞에서 계속됩니다.)
차라리, 우리는 이 여행자의 집을 열어, 정성을 다해서 들락거리는 손님들을 환대해야 할 것이다. 마음의 손님들, 즉 감정들... 생각들... 각종 연상들... 이 모든 것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에 더 노력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집에 어차피 오고 갈 손님들이라면, 편히 쉬고 갈 수 있도록 집안을 정리하고 단장하며 조용히 맞이하다가, 조용히 보내드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혹시 아는가! 그들이 뜻하지 않게 나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주고, 행복감을 가져다 줄지. 물론 좋은 감정과 행복한 느낌의 손님들이 올 때는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고통과 불행이라는 손님이 들어오더라도, 누가 아는가! 바로 그들이 제일 큰 깨달음이라는 선물을 가져다 줄지~ 그건 어느 누구라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꼭 그런 선물을 바라지는 않더라도, 일단 그들이 내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집안을 좀 비워둬야 할 것이다. 가능하면 정돈되고 깨끗한 집이라면 더 좋겠지만, 더욱 더 좋은 집은 그냥 편안하게 쉬게 하는 여행자의 집다운 집일 것이다. 편안하게 쉬다보면, 그 여행자는 조용히 머물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른 선물을 주고 갈지 모르지 않는가 말이다. 불행한 것 같았는데, 새로운 기쁨을 가져다 줄지 누가 알겠는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깨달음을 가져다 줄지 누가 알겠는가!
정말이지 때로는 너무 적대적인 손님도 찾아온다. 내 안에서 분노가 용솟음치고 비겁하고 치사하고 날카로운, 그야말로 어두운 생각과 감정들이 시커먼 옷을 입고 나의 마음의 집에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아, 무서워... 하며 그들을 돌아보지 않을 수록, 그들은 더욱더 당당하게 내 집을 군홧발로 쿵쿵 거리듯 들어온다. 그들도 나름 이유가 있어서 이 집을 방문하였겠지만, 무섭고 두려워서 고개돌리고 다른 방에 가만히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일수록 그 여행자는 더욱 더 의기양양하게 내 집안에서 쿵쿵거리며 돌아다닐 것이다. 내쫒을 용기도 없고, 맞이할 용기도 없어 그저 숨고 있는데, 그 여행자는 그저 자기 집처럼 의자에 앉거나 돌아다니고 쉬고 먹고 할 것이다. ‘에이 모르겠다!’ 싶어, 우리 집에 온 손님이니 먹을거리라도 하나 챙겨주자 싶어 방문열고 나가서 이것저것 배려해주니, 놀랍게도 그 여행자는 그 많은 집 중에서 하필 나의 집에 방문한 이유를 말하기도 할 것이다. 두려운 가운데서라도 손님으로서 맞이하니, 그 여행자는 자기 나름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그 손님이 이해되고 수용되어, 귀중한 친구가 되기도 한다.
비록 원치 않는 감정과 생각의 손님들이 들이닥쳐도, 일단은 맞이해 봐야 한다. 차라리 조용히 맞이하자. 여유가 되면 그 이유를 물을 수도 있을 것이고, 여유가 되지 않으면 일단 좀 편히 쉬고 가라고 권유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만약 집 주인이 용기를 내어, 왜 이렇게 무섭게 내 집에 들어왔냐고 물을 수 있다면, 아마도 그는 말할 것이다.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것은 아니지만, 어떠어떠한 일들이 있어서 마음의 상처를 받아 힘들어 쉬고 싶어 들어왔다!”고 할 것이다.
때로는 “잠시만 머물고 갈 테니까, 아무것도 묻지 말라! 그냥 잠시 머물다가 내일 아침에 조용히 떠나 가겠다.”고도 할 것이다. 때로는 “지난번에도 이와같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때는 굉장히 화가 났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좀 나은 편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 당신을 해치려고 온 것이 아니라, 그냥 잠깐 들른 것일 뿐이다.”라고도 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아직 반길 수는 없다 할지라도, 그저 좀 조용히 머물다가 가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마음은 여행자의 집이기 때문에, 손님처럼 그들을 대하여 머물고 가게 만들면 좋을 것이다.
물론 그 어떤 손님이라 할지라도 차분하게 반길 수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마치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아픔과 슬픔과 고통의 손님들이 지쳐서 내 집에 머물겠다는 것인데, 아무렴... 그들을 내 쫒거나 미워할 수가 있으랴. 오히려 그들을 환대하고 귀하게 여겨, 내 집안에서 푹 휴식을 취하다가, 몸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픔 속에서도 내 집을 방문해 준 것에 대하여 감사하고, 이렇게 내게 다가온 그 손님들에 대하여 귀한 대접을 하며 천천히 머물다 회복하여 돌아갈 수 있게 하면 정말 좋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그렇게 문을 두드리고 방문한 낯선 손님들이, 바로 나의 앞길을 밝혀주기 위한 천사인지를! 내 인생의 안내자로서 지금-여기 위치에서의 네비게이션인지를! 하늘이 내려 보낸 꼭 필요한 나의 인연인지를!
누구나 다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는 낯선 손님들, 낯선 감정들, 낯선 환경들 등등이 있다. 이들은 내 마음의 집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다. 내 마음은 바로 그 여행자들의 집이다. 내 마음의 집을 노크하였을 때, 우리는 그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환대하여 보자. 그들은 뜻밖에 나에게 큰 선물을 안겨 주고 떠날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