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마치 여행자의 집같다.(1)
마음은, 마치 여행자의 집같다.(1)
괴롭거나 힘겨운 일이 있을 때, 내 마음을 ‘나의 것’으로 생각하면 진짜 괴롭고 힘겹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있을 때, 그러한 내 감정을 ‘나의 것‘으로 생각하면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그 손님이 반가운 대상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곧 그 다음에 닥칠 어떤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그 감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도, 그 각각의 감정들과 생각들을 ‘내 마음의 집’에 들락거리는 여행자로 생각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크게 표나지 않다 하더라도, 그 손님과 함께 슬며시 행복하고 기쁜 느낌을 즐기며 흐뭇해 하며 누리고, 또 새로운 여행자를 맞이하며 살짝 불안하고 두려워지기도 하는 등,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듯, 우리는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의 손님들 속에 살아간다.
새로움과 기쁨과 혼란과 두려움 등, 들락날락 하는 각종 마음, 이와 같은 우리 마음을 여행자의 집으로 느낀, '마음의 집‘이라는 (잘랄 앗 딘 루미 지음) 시를 소개한다.
마음의 집
너는 여행자의 집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낯선 이들이 드나드는 여행자의 집.
즐거움, 우울함, 비열함.
순간의 깨달음이
기다리지 않은 손님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반갑게 맞이하라.
그들이 집 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아끼는 가구를 모두 없애는
슬픔의 무리일지라도
정성을 다해 환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가져다주기 위해
집 안을 깨끗이 비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두운 생각, 날카로운 적의,
비겁한 속임수가 오더라도
문 밖까지 나가 웃으며 맞이하라.
귀한 손님처럼 안으로 모셔라.
누가 찾아오든 고개 숙여 감사하라.
문을 두드리는 낯선 사람은
너의 앞길을 밝혀주기 위해 찾아온
미래에서 온 안내자이다.
그렇다. 마음은 마치 여행자의 집 같다. 그야말로 하루도 빠짐없이 낯선 이들이 들락날락 하는 여행자의 집과 같다. 놀라움, 충격, 즐거움, 불안, 두려움, 우울함, 분노, ‘이러이러해야 되는데... 저러저러해야 하는데... 아 이것이었구나... 음, 새롭게 알게 되었군!’ 등등 순간순간의 감정과 생각의 손님들이 들락거리는 집 같다. 기다리지 않았던 손님도 찾아오고, 기다렸던 손님도 찾아오는... 그야말로 여행자의 집 같다. 어떤 손님은 맞이하고 싶지만, 어떤 손님은 거부하고 싶다. 내 몸과 마음을 안정되고 행복하게 해 주는 손님은 환대하고 싶지만, 나를 불안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손님은 쫒아내고 싶다. 그런데 그 어떤 손님들도 불쑥 불쑥 찾아온다.
염체없이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전혀 반갑지 않는 고통과 아픔의 손님들이다. 때론, 이들은 내 마음의 집에 들어와서는 거의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내가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까지 빼앗아 가기도 한다. 정말 원치않는 손님들이다. 그런데 그들도 손님이다. 왜!? 내 마음은 여행자의 집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좋은 것만 붙들어 매고 문잠궈버리는 그런 폐쇄된 공간이 아니다. 좋지 않은 것이 들어와도 언젠가는 빠져나가는 열려있는 공간이다. 문 잠궈서 어느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집이 나의 마음이라면, 그 마음은 아마도 병들거나 아파서 더 이상 누구랑도 만나지 않고 싶은 것이리라. 하지만, 그 마음도 여행자의 집이기 때문에, 열리지 않을 수 없다. 내 의지와 생각으로는, 그런 손님들에게는 문을 닫고 싶을지라도, 내 의지를 뛰어넘는 저 깊은 영혼 속은 이미 여행자의 집이기 때문에 열려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괴롭기도 하고, 치유되기도 하는 것이다.
(계속 됩니다.)모교 교수님 카페에서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