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후의 행복?!(2)
고통 후의 행복?!(2)
(앞에서 이어집니다)
대체로 많은 사람들은 고통을 두려워한다. 어떻게든 이 고통을 자식에게 물러주지 않으려고 부모들은 애쓴다. 아픔이 박힐까봐, 상처가 될까봐 늘 조심하고 돌본다. 인간적으로 우리 모두는 고통을 피하고 싶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 더 깊은 의미는 두고라도, 일반인으로서의 우리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볼 때, 불교, 그리스도교, 유교, 이슬람교 창시자들의 유년기에는 상당한 고통과 번뇌가 있었으며, 아버지 혹은 어머니에 대한 결핍을 안은 채, 즉 가족관계속에서의 아픔을 안은 채, 어릴 적부터 인간의 삶, 인간의 죽음을 피부로 절절하게 느끼며 자랐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깨달음을 위해선 힘겨운 유년기가 필수적인 조건인가! 고통을 꼭 겪어야만 하는가! 이런 질문과 의문을 가질 수는 있지만 핵심은 아닐 것이다. 사실상,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깨달을 수 있는가!’ 라는 측면이라고 본다.
대체로 자기가 생각한 일들이 뜻대로 풀리고 좋을 때는, 굳이 고민하며 숙고하면서 깨달으려는 마음을 낼 필요가 있겠는가! 깊은 고통과 수렁 속에서 고민을 깊이 하다보면, 삶의 진실을 깨닫고 의미를 새롭게 느끼는 경우가 흔치 않는가 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통과 번뇌 등 그 자체보다는 실타래가 엉킨 것 같은 고통 속에서 한 올씩 한 올씩 풀면서 삶의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행복 속에서도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듯 삶의 이치를 터득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을 누릴 자격’을 갖춘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풀릴 것 같지 않는 고통의 덩어리 속에서 나와 상대, 세상과 우주에 대한 이치를 조금씩 느껴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끼리 사소한 말 한마디로 마음이 괴롭고 아플 때, 잠깐이라도 ’아...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이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떠오르니까 말이다. 그 과정에서 지혜가 성장하고, 그 지혜의 힘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의 삶을 더 자유롭게 만드는 것 같다.
혹자는 더 많은 번뇌를 풀었던 사람이 더 지혜롭고, 더 큰 고통을 이겼던 사람이 더 강하며, 더 깊은 아픔을 지녀왔던 사람의 시선이 더 깊다고 말한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많을 것이다. 오죽하면 ‘번뇌는 곧 보리’(菩狸; 깨달음의 지혜. 중국의 육조 혜능 대사)라는 유명한 말이 있을까! ‘번뇌의 집에 지혜의 해가 뜬다.’ 는 표현을 하였을까!
하지만, 이렇게 고통을 진정한 사랑과 행복으로 승화시켜내지 못하고, 자멸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건강한 일상에서 회피하고 우울감과 불안에 빠져 병리적인 현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점을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통이 진정한 행복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고통이 가져다 주는 ‘깨달음의 길’을 묵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그 무엇보다도 고통에 대한 철저한 직면, 치유, 즉 용서와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내면치유의 과정을 통하여, 결국 우리에게 닥친 고통자체도 우리 스스로에게 주어진 하늘의 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깨닫는 일이다. 바로 이러한 깨달음의 자세를 지니지 않고는, 고통의 진정한 승화, 고통속의 새 생명의 탄생을 느끼기는 쉽지 않으리라 본다.
고통이라는 동앗줄을 통하여 퍼 올린 ‘하늘의 사랑’이라는 맑은 물을 우리가 느낀다는 것... 이것이 진정한 축복이요 은총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라는 엄청난 맑은 물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통하여 느끼는 자세... 그 힘을 스스로 느끼든, 누군가로부터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 느끼든... 결국 사랑의 힘을 깨닫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애플 창시자인 잡스의 유명한 말이 있다.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러분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The only way to do great work is love what you do”)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할 때, 외부의 모든 것들을 걸림없이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게 될 때,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 심지어 고통조차도 결국 하늘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느낄 때, 비로소 행복이라는 보물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